힘든 농사 일을 하시는 시골 부모님에게 온실 개폐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어하는 젊은이를 보면서...

지난 해 12월 아주 추운 겨울날 저녁이다. 퇴근을 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스터디에 참석하기 위해 나선 길이다. 스터디는 대구지역에 머신러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모여 만들어진 DGML 스터디 모임이다. 이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간다. 머신러닝에 관련된 파이썬(Python)이나 텐서플로우(Tensorflow)에 집중해서 프로그래임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신러닝에 대한 개발능력은 없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얼은 읇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간단한 소스코드나 대강 돌아가는 스토리만 이해하는 수준이다. 당일도 변함없이 머신러닝 스터디에 참석하기 위해 침산동에 있는 053창업카페에 가고 있었다.

카페 복도에는 넓직하고 잘 꾸며진 게시판이 4개가 위치하고 있다. 게시된 내용은 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거나 스터디를 같이하자는 내용들이다.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게시판을 곁눈질해서 살펴보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눈길을 끄는 내용이 보인다. 시골에서 비닐하우스를 통해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서 비닐하우스 자동개폐기를 만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팜의 기초 기술인 비닐하우스 측창의 개폐기법은 다양한데 어떤 수준을 원하는지 게시된  내용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곤란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문제해결을 위해서 같이 노력해 보고 싶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곧이어 미팅약속이 이루어 졌다.


약간 일찍 퇴근해서 만나기로 약속한 것이다. 상대방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 조사한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설명하는 모습과 도전해 보려는 두 눈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지 알수 있었다.

허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여러동의 비닐하우스를 관리해야 하는 부모님을 위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현재계획에서 미래계획까지 차근차근 설명하는 내용을 들어보면서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약간의 지식은 있지만 요구수준까지 도달할 만한 깊은 지식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은 보유지식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의 기술을 조사한 것 같았다. 마이크로프로세스를 써서 전동 개폐기를 원격지에서 제어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시골인구의 노령화에 맞추어 간편한 비닐하우스 개폐기를 연구하여 실용화 하기를 원했다. 릴레이를 이용하여 제어하되 현장조작반은 다양한 형태로 제품화하고 농업인의 노령화에 대비하여 현장조작반의 디자인에 소비자의 경험을 반영하거나 온습도센서를 활용한 자동제어는 아두이노 또는 PLC로 개발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볼수록 목표달성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한번에 그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에는 많은 장애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현재 능력에 비해서 그가 요구하는 목표 수준과의 차이(Gap)이 너무 큰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상대방의 이야기와 사정을 들어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한번에 목표수준을 달성하려고 하지 말고 목표달성까지 징검다리가 될 중간단계를 여러개로 나누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단계로서 원하는 전동 개폐기의 사양(SPEC)을 확인하였다..
전원공급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구동전원을 확인한 결과 직류 24볼트, 50와트였다. 동시운전 갯수를 확인해 보니 손으로 돌리는 것을 전동으로 돌리는 정도를 원한다고 하였다. 결국 요구하는 수준은 동시운전이 아니라 순차운전으로 확인된 것이다.

전력부하 용량은 전동 개폐기 수량이 하나이기 때문에 50와트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전류용량과 릴레이 접점 용량을 계산하였다. 전압이 24볼트인 경우에 전류는  약 3암페어 정도다. 따라서 릴레이 접점 용량도 24볼트, 10암페어 이상이면 충분하다.

이런 정도의 정보만 있더라도 시퀜스 제어회로를 디자인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현장에서 바로 제어회로를 스케치해서 보여주면서 작동상태를 설명하면서 요구한 기능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이도 간단한  제어회로로 상대방이 원하는 기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디바이스 마트

24볼트 릴레이와  11핀 릴레이 소켓 그리고 소형 파워서플라이로 구성된 최소한의  부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요구한 성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상대방도 이런 사실에 대해서 만족해 했다. 일단 1단계로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진행할 경우에 추가 미팅을 가지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손쉽게 조작하기 위해서는 제어반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약속한 대로 1단계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로 요청이 있다면 알려줄 제어반의 기능과 디자인도 스케치해 두었다. 향후에 예상되는 6개동의 비닐하우스를 제어할 기능을 가진 제어장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미리 공개해 둔다.




그로부터 한달 보름이 지난 어느 날 한통의 카톡이 도착했다.

000씨 열심히 해서 결과를 냈다니 반갑습니다. 추가로 더 필요하시면 연락하세요~~

한 젊은이의 노력을 통해 간만에 부모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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